솔직히 말하자면,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이하 적벽대전2)을 보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대감이 한껏 부풀려져서 일까요? 아쉬움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것 같네요. 그러한 아쉬움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이전에 써놓았던 글을 읽어보시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관련 포스트 : 영화 '적벽대전' 리뷰에 앞서...
영화 '적벽대전' 관람 후기 및 소설 삼국지와의 비교 분석
하지만, 무턱대고 평가절하 할 정도의 영화는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건 여러가지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보죠.
1. 소설 삼국지를 좋아하고, 소설 속의 장대한 전투씬과 심리전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시는 분
1-1. 전편을 보셨던 분
1-2. 전편을 보지 않으신 분
2. 소설 삼국지를 보지는 않았지만(봤더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거나 요약본으로 보신 분), 그 내용을 대충이라도 알고 계신 분
2-1. 전편을 보셨던 분
2-2. 전편을 보지 않으신 분
3. 소설 삼국지를 전혀 읽어보신적이 없거나, 소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보시는 분
3-1. 전편을 보셨던 분
3-2. 전편을 보지 않으신 분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위에 제가 임의로 나눈 유형 중 최소한 1번 유형의 분들은 실망하실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리죠.
2번 유형의 분들의 경우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 2-1의 경우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후한 점수를 주시진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2-2에 해당되시는 분들의 경우 오히려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을것 같네요. 이에반해 3번 유형의 관객들께서는 모두 평균이상의 점수를 주시리라고 생각됩니다.
※ 이후의 글 내용들은 상당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
적벽대전 2, 그 참을 수 없는 아쉬움
예전에 제가 작성했던 글을 보면, 적벽대전은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고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캐릭터 묘사와 함께 캐릭터간의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선행되야 제대로된 재미를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적벽대전2의 경우는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도 미흡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적벽대전 1에서의 거문고 연주 대결씬과 같이 눈으론 보이지 않지만,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장면을 의미하죠. 물론, 스케일 큰 전투씬이 중요하지 않다는것은 아닙니다. 중요하죠. 그것도 '흥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땐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렇지만, 전투씬은 하나의 양념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무리 멋있고, 웅장한 씬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 씬들은 이미 시작할 때 부터 죽어있는 씬인 것입니다. 흔히 '대작'이라고 홍보하는 영화의 실망감이 높은 이유는 처음부터 기대감을 높여놓은 것도 큰 이유가 되겠지만, 대부분 스케일에만 초점을 맞춤으로 인해 스토리를 끌어나갈 동력을 스스로 고갈시키는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벽대전 2, 영화 한편만 본다면 결코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전편의 경우, 적벽대전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세밀하게 되어 있지만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고 대규모 전투씬이 나오는 2편의 경우는 여러 필요없는 내용만 많이 나올뿐, 그 적벽대전이라는 전투가 전개되는 과정과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핵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네요.
영화를 비롯한 모든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영상물은 서서히 올라가는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동시에 그 긴장에 대한 이완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책 역시도 재미를 주는 큰 틀에 있어서는 마찬가지겠지만,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 반면... 영상물, 특히 영화의 경우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제시된 동선을 따라가게끔 하죠.
그러한 면에 있어서는 적벽대전 2의 경우, 아무래도 흥행을 생각할 수 밖에 없기때문에 전편을 보지 못한 관객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게끔 하는 배려가 돋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편을 봤거나 혹은 소설 삼국지에 대한 향수 혹은 기대를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인것 같은데요.
중요한건, 영화이건 소설이건 간에 적벽대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투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핵심 포인트는 조조가 그렇게 많은 군사를 동원하고 또, 그에 걸맞는 철저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때문에 그런 참담한 패배라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느냐 하는 것이죠.
적벽대전, 진정한 핵심 포인트
소설 삼국지의 경우, 조조군의 처참한 패배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황개의 고육지계(적을 속이기 위해 자기 모을 괴롭히는 계책)와 그 계책이 성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지략 싸움과 그에 맞춰 시시각각 변해가는 인물들의 심리는 실제 적벽대전이라는 전투의 진정한 백미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장간이 잠깐 등장하긴 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보면 억지로 인과관계를 꿰어 맞추는것에 불과했을 뿐이며 정작 중요한 고육지계는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단순히 주유가 장간을 이용하여 채모와 장윤이 주유와 짜고 화살을 건네줬다는 누명을 씌워 목숨을 잃게 합니다.
소설 삼국지에서도 장간이 주유의 계책에 넘어가 거짓편지를 조조에게 보여줌으로써 채모와 쟝윤이 죽는건 같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채모와 장윤이 죽는건 제갈공명이 화살를 얻기 이전이며 그들의 죽음 이후 채모의 조카(혹은 아우, 정확히 기억안남)인 채중과 채화라는 두 인물이 채모의 죽음을 핑계삼아 거짓으로 오나라에 항복하게 됩니다.
이에 조조의 책략을 간파한 주유는 모르는척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며 오히려 이를 멋지게 역이용하여 황개, 감녕, 감택 등과 더불어 고육지계를 성공시키며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는게 기본적인 시나리오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스토리 전개와 결과는 적벽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시면 알겠지만, 아무리 오군이 화공으로 공격한다한들, 조조군이 자신의 수채(물에서의 진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면 그만입니다.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부분이 빠졌지만, 넓디넓은 강은 가운데두고 오나라가 자신의 수채에 가까이 오는것을 모른다는건 말이 안되는 설정이죠. 오나라의 수군이 강을 건너 오는 것을 보면, 응당 조조군도 배들을 끌고나와 대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접근을 허용했고(이 부분에서 소교가 큰 역할을 담당한듯...;;;) 결국 화공에 당하게 됩니다.
소설 삼국지에서는 황개가 날을 잡은 후 거짓투항하는 것 처럼 꾸며 황개의 배가 수채에 접근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순간 수채 가까이에 접근한 황개의 배에서 화염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여, 결국 조조군의 진영을 덥치게 되죠. 또한, 그 선공을 시발점으로 오나라 수군의 전면적인 공격이 시작되게 되는 것입니다.
적벽대전 2에서는 그 성공과정에서의 긴장감과 인물들의 심리가 빠져있습니다. 그저 동남풍만 불면, 만사 오케이라는 식이였죠.
물론 그 과정을 영화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시간적인 제약(러닝타임)과 현실적인 제약(여러 역사적 배경 설명과 등장 인물의 증가)이 많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부분들이 빠졌다는 사실은 삼국지의 왕팬을 넘어 한명의 매니아를 자처하는 저로서는 못내 아쉽게만 느껴지는 것입니다.
적벽대전 2, 그래도 봐줄만 하다?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긴 하지만, 적벽대전2가 그냥 쓰레기 영화만은 아닙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설정 몇 가지와 더불어 전투씬은 봐줄만 하죠. 실제로 웅대한 스케일의 전투씬은 눈요기 거리로는 아주 그만입니다. ㅎㅎ 게다가 소설에서 등장하지 않는 육상 전투씬도 나름 재밌더군요. 때문에 위에서 분류해 놓은 2-2 부터 3-2까지의 관객분들께는 상당히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한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적벽대전2의 경우... 전편을 보지 않더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관객들을 배려했기 때문에 소설 삼국지를 기대, 혹은 전편에 이은 후편에 대한 기대가 많지 않으신분들이 보시기엔 괜찮은 영화인것 같습니다.
이런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딱이라고나 할까요?
제 눈길을 끌었던건 그냥 펑펑 터지기만 하던 수전이 아니라,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뭥미??)을 과거로 회귀시켜 놓은 것 같은 적벽 상륙 작전이였습니다.
솔직히 왜 그런 설정을 하게됐는지는 이해가 안되지만, 어찌됐건 감녕을 위시로한 육탄돌격은 정말이지 처절합니다. 결국 관객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감녕을 희생시킨 것 같던데, Koei에서 나온 삼국지 게임 1~8편(그 이후는 안해봤음...;;;)까지의 평균 전투력 90의 무장이 너무 허무하게 죽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ㅋ
또한, 제갈공명이 화살 10만개를 얻게 되기까지의 내용은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더군요. 그 장면에서 만큼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실제로 제 눈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씬에서도 역시 소설에서 나와던 주유의 제갈공명에 대한 시기와 질시의 감정들이 거의 표현이 안된점이 못내 아쉬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인가요?
결국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어쩔 수 없는 상대편이긴 하지만, 진정한 마음을 담아 주유가 소교가 직접 말을 건네며 아쉬운 작별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건 좀 오버가 아닌가 싶더군요. 소설에서는 결국, 공명에 대한 시기와 질시의 감정 때문에 자기 꾀에 자신이 넘어가 죽는게 바로 주유입니다. 또, 죽으면서까지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었죠.
"하늘이시여! 이 주유를 세상에 내시고, 어찌하여 제갈량을 또 내셨나이까?"
심지어는 적벽대전이 끝난 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갈공명을 부하 장수인 서성과 정봉을 시켜 쫓아가 죽이라고 명령했다는 대목도 나올 정도인데... 진정한 우정 운운하는건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적벽대전 2, 이렇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완전 뻘소리...신경쓰지 마세요. ㅋ)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새로운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조금 접어두고서라도 위에서 말했다시피 황개의 고육지계를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또, 주유와 공명의 지략대결과 더불어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줬으며 정말 재밌었을텐데 말이죠.
적벽대전2의 경우, 주유가 주연... 제갈공명과 조조가 중요한 조연 역할을 맏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조금 심하더군요. 어찌됐건, 그러한 밸런스를 한쪽으로 쏠리게만 할 것이 아니라 인물간의 관계와 비중이 균형잡힌 삼각축을 이뤘더라면 완전 좋았을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무간도와 같은 균형 잡힌 밸런스를 의미하는 것이죠.
또, 오나라와 유비군의 동맹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도... 손상향의 어설픈 애뜻함을 표현하기 보다는 유비와의 결혼(추후 실제로 유비의 부인이 됩니다.)을 조금 앞당기는 설정을 취하거나 혹은 나이를 뛰어넘는 로맨스의 끝자락(결혼의 징후) 만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로맨스 자체가 아닌 그 로맨스로 인해 파생되는 오나라와 유비군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점이겠죠.
마지막으로 영화의 엔딩씬...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없는 그런 엔딩을 보여주기보단, 그냥 영화에서 처럼 도망치다 쉴때면 유비군이 들이닥치고, 또 도망치다 적들의 지혜가 모자람을 비웃다보면 다시 습격을 받는 그런 소설에 충실한 장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당연히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만나는 씬이겠지요.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만나서 옛정을 떠올리며 갈등하는 장면... 결국은 차마 조조의 목을 내리치지 못하고 돌려보내며 자기 자신은 씁슬한 표정으로 뒤돌아가는 장면으로 엔딩을 보여줬다면... 캬~ 완전 대박이였을것 같은데 말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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